타자와의 만남으로부터 발견하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
최민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견 자연의 모습과 닮아 있음에도 물감을 뿌리고 흘러내리는 작업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화면 전체에 강렬한 회화적 제스처를 드러내 보여주는 추상성 강한 회화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은 파도가 바위에 부딪히고 깨지기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교감하게 되는 것처럼 일상에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자신의 사회 속에서의 모습을 담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전에 파도를 많이 그렸던 작업이 연장된 것으로서 그가 그려낸 이미지들은 집 주변에서 산책하며 보게 되는들풀과 나뭇잎들을 소재로 하여 일정 부분 변환시켜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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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최민정 작가의 작업은 간혹 일상 속 자연의 풍경이나 사물의 형상들이 거의 허물어져 보이거나 뭉개져서 형상적 요소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물감이 흘러 지나간 흔적들만 거대한 궤적이 되어 드러나 있는 것으로 보이는 느낌을 주기도 있다.
이러한 표현은 아마도 어떤 대상이나 타자와 관계하게 되면서 느끼게 되었던 감정들이 원래 대상 자체를 지워버릴 정도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자신이 만났던 타자에 대한 내적 경험들을 그의 작업 가운데 물감을 매개로 하여 담아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일련의 작업들은 일차적으로는 타자를 만난 경험들이라고 지칭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작가가 이 작업들을 통해 거울을 바라보듯
자신을 바라보고자 했던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왜냐하면 결과적으로는 그의 작업에 최종적으로 남아 있는 것들은 작가 자신의 정서와 감정의 흔적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타자를 그리고 그곳에 겹쳐져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관객들에게도 그의 작업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를 그리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바라봐 볼 것을 안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승훈 (미술비평)